두 사람이나 세 사람이라도
내 이름으로 모인곳에는 나도 함께 있겠다. (마태 18,20)

순교자와 함께하는 십자가의 길

시작기도

“네가 나의 종의 되어 야곱의 지파들을 다시 일으키고,
이스라엘의 생존자들을 돌아오게 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나의 구원이 땅 끝까지 다다르도록 나는 너를 민족들의 빛으로 세운다.” (이사 49,6)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오신 주님, 수난으로 당신 사랑을 드러내시고, 부활하심으로 영원한 삶을 보여 주심에
감사와 찬미를 드리나이다.
오늘 저희는 당신을 믿고 충실하게 따른 순교 선열들을 기억하며, 십자가의 길을
걸으려 하오니, 저희가 순교 선열들의 유산이 되어, 이 땅에 하느님 나라를 건설하고
하늘에 오르는 영광을 누리게 하소서.

어머니께 청하오니 제 맘속에 주님 상처 깊이 새겨 주소서.

  • 제1처 예수님께서 사형 선고 받으심을 묵상합시다.
    주님께서는 십자가로 온 세상을 구원하셨나이다.

    예수 그리스도님, 경배하며 찬송하나이다.
    “당신이 유다인들의 임금이오?” (요한 18,33)
    “진리가 무엇이오?” (요한 18,38)
    “당신은 어디서 왔소?”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그에게 아무 대답도 하지 않으셨다. (요한 19,9)

    주 예수 그리스도님, 당신께서 억울한 재판을 받고 사형 선고를 받으신 것처럼, 이곳에서 수많은 순교 선열들이 당신을 사랑하고 그 계명을 따른 것이 죄가 되어 사형 선고를 받았나이다. 주님, 미움과 질투, 게으름과 교만으로 내 이웃을 어렵게 만드는 저희를 굽어보시어,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신 주님만을 섬기는 굳센 의지를 허락하소서.

    영광송어머니께 청하오니 제 맘속에 주님 상처 깊이 새겨 주소서.
  • 제2처 예수님께서 십자가 지심을 묵상합시다.
    주님께서는 십자가로 온 세상을 구원하셨나이다.

    예수 그리스도님, 경배하며 찬송하나이다.
    “누구든지 내 뒤를 따르려면 자신을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 (마르 8,34)

    우리를 위하여 십자가를 지신 예수 그리스도님, 당신의 길을 스스로 선택한 순교 선열들은 온갖 고문과 고통을 당신께 대한 굳센 믿음으로 이겨냈나이다. 저희도 세상의 온갖 유혹과 시련을 십자가로 받아들이오니, 저희를 강한 믿음의 길로 이끌어 주소서.

    영광송어머니께 청하오니 제 맘속에 주님 상처 깊이 새겨 주소서.
  • 제3처 예수님께서 기력이 떨어져 넘어지심을 묵상합시다.
    주님께서는 십자가로 온 세상을 구원하셨나이다.

    예수 그리스도님, 경배하며 찬송하나이다.
    “저를 원수의 손에 넘기지 않으시며 제 발을 넓은 곳에 세우셨기 때문입니다.
    주님, 저에게 자비를 베푸소서. 제가 짓눌립니다.
    제 눈이 시름에 짓무르고 저의 넋과 몸도 그러합니다.” (시편 31,9-10)

    짓눌리는 십자가로 기력이 떨어져 넘어지신 예수님, 혹독한 박해의 두려움 속에서도 매일 매일 자기 십자가를 지고 믿음을 지켰던 우리 순교 선열들을 보시고 저희 죄를 용서하여 주소서. 현세의 삶에서 당신을 따르는 길이 더러는 외롭고 때로는 허무하게 느껴질 때, 서로 남의 짐을 져 주며 희망을 잃지 않도록 도와주소서.

    영광송어머니께 청하오니 제 맘속에 주님 상처 깊이 새겨 주소서.
  • 제4처 예수님께서 성모님을 만나심을 묵상합시다.
    주님께서는 십자가로 온 세상을 구원하셨나이다.

    예수 그리스도님, 경배하며 찬송하나이다.
    “이 아기는 이스라엘에서 많은 사람을 쓰러지게도 하고 일어나게도 하며,
    또 반대를 받는 표징이 되도록 정해졌습니다. 그리하여 당신의 영혼이 칼에 꿰찔리는 가운데,
    많은 사람의 마음속 생각이 드러날 것입니다.” (루카 2,34-35)

    어머님을 만나신 예수님, 어머니의 격려와 사랑은 십자가를 지신 당신의 어깨에 힘을 주셨나이다. 순교 선열들도 성모님을 믿고 의지하며 어머니에 대한 사랑이 지극하였으니, 저희도 삶에서 오는 온갖 어려움을 성모님께 맡기고 인내하며, 고통 받는 이웃을 위로할 수 있게 하소서.

    영광송어머니께 청하오니 제 맘속에 주님 상처 깊이 새겨 주소서.
  • 제5처 시몬이 예수님을 도와 십자가 짐을 묵상합시다.
    주님께서는 십자가로 온 세상을 구원하셨나이다.

    예수 그리스도님, 경배하며 찬송하나이다.
    “서로 남의 짐을 져 주십시오.
    그러면 그리스도의 율법을 완수하게 될 것입니다.” (갈라 6,2)

    예수 그리스도님, 길 가던 시몬은 강제로 당신 십자가를 짊어졌지만, 오히려 당신께서 고통의 길을 함께 걸으시며 저희의 무거운 짐을 덜어 주셨나이다. 순교 선열들도 원하지 않는 박해를 통하여 오늘날에 영광스러운 교회를 물려주었으니, 저희에게도 닥쳐오는 수많은 고통을 기꺼이 받아들이며, 그 아픔을 사랑과 기쁨으로 승화시키게 하소서.

    영광송어머니께 청하오니 제 맘속에 주님 상처 깊이 새겨 주소서.
  • 제6처 베로니카, 수건으로 예수님의 얼굴을 닦아 드림을 묵상합시다.
    주님께서는 십자가로 온 세상을 구원하셨나이다.

    예수 그리스도님, 경배하며 찬송하나이다.
    “그의 모습이 사람 같지 않게 망가지고
    그의 자태가 인간 같지 않게 망가져
    많은 이들이 그를 보고 질겁하였다.” (이사 52,14)

    예수 그리스도님, 저희 역시도 당신께 날카로운 가시관을 씌우며 온갖 모욕과 매질로 상처를 입혔나이다. 그러나 우리 순교 선열들은 휘광이의 서슬진 칼날에도 굽히지 않음으로써, 당신만을 섬기며 수치를 닦아 드렸사오니, 그들의 은덕으로 저희의 흐트러진 삶을 바꾸어 주시어 내 이웃의 약점을 사랑으로 보듬게 하소서.

    영광송어머니께 청하오니 제 맘속에 주님 상처 깊이 새겨 주소서.
  • 제7처 기력이 다하신 예수님께서 두 번째 넘어지심을 묵상합시다.
    주님께서는 십자가로 온 세상을 구원하셨나이다.

    예수 그리스도님, 경배하며 찬송하나이다.
    “주님께서는 넘어지는 이 누구나 붙드시고
    꺾인 이 누구나 일으켜 세우신다.” (시편 145,14)

    참 사람이신 예수 그리스도님, 홀로 십자가를 지고 골고타에 오르시기엔 너무나 힘들고 고독한 길이었나이다. 또한 그토록 사랑하시던 제자들의 외면 앞에 당신께서 겪으신 외로움은 이루 형언할 수 없으니, 무엇으로 위로해 드리나이까? 주님, 저희의 나약한 신앙의 뿌리가 송두리째 흔들리고 뽑힐 위험에서 지켜주시어 굳건히 자라게 하소서.

    영광송어머니께 청하오니 제 맘속에 주님 상처 깊이 새겨 주소서.
  • 제8처 예수님께서 예루살렘 부인들을 위로하심을 묵상합시다.
    주님께서는 십자가로 온 세상을 구원하셨나이다.

    예수 그리스도님, 경배하며 찬송하나이다.
    “내 생각은 너희 생각과 같지 않고
    너희 길은 내 길과 같지 않다.
    주님의 말씀이다.
    하늘이 땅 위에 드높이 있듯이
    내 길은 너희 길 위에,
    내 생각은 너희 생각 위에 드높이 있다.” (이사 55,8-9)

    “나를 위하여 울지 말고 너희와 너희 자녀들을 위하여 울어라”하신 예수 그리스도님, 당신 십자가의 길은 저희가 버린 하느님의 모습을 되찾아 주는 회복의 길이었나이다. 인류의 도덕성과 존엄성 회복을 위하여 순교 선열들과 함께 기도하오니 저희 모두가 참된 회개의 길을 걸으며 온전히 주님께 돌아오게 하소서.

    영광송어머니께 청하오니 제 맘속에 주님 상처 깊이 새겨 주소서.
  • 제9처 예수님께서 세 번째 넘어지심을 묵상합시다.
    주님께서는 십자가로 온 세상을 구원하셨나이다.

    예수 그리스도님, 경배하며 찬송하나이다.
    “아빠, 아버지! 아버지께서는 무엇이든 하실 수 있으시니,
    이 잔을 저에게서 거두어 주십시오.
    그러나 제가 원하는 것을 하지 마시고
    아버지께서 원하시는 것을 하십시오.” (마르 14,36)

    하느님의 아들로서 참 인간이 되시어 끝내 기진하신 예수 그리스도님, 저희는 너무나 쉽게 죄를 범하며 걸림돌에 넘어지나이다. 이제 습관적인 잘못과 당신을 잊고 사는 죄의 굴레에서 벗어나 제 십자가를 묵묵히 지고 갈 것을 결심하오니, 순교자의 얼이 저희 안에서 살아 숨 쉬는 은총을 내려주소서.

    영광송어머니께 청하오니 제 맘속에 주님 상처 깊이 새겨 주소서.
  • 제10처 예수님께서 옷 벗김 당하심을 묵상합시다.
    주님께서는 십자가로 온 세상을 구원하셨나이다.

    예수 그리스도님, 경배하며 찬송하나이다.
    “주 하느님께서 내 귀를 열어 주시니
    나는 거역하지도 않고 뒤로 물러서지도 않았다.
    나는 매질하는 자들에게 내 등을,
    수염을 잡아 뜯는 자들에게 내 뺨을 내 맡겼고
    모욕과 수모를 받지 않으려고
    내 얼굴을 가리지도 않았다.” (이사 50,5-6)

    생명의 주인이신 예수 그리스도님, 당신의 옷을 벗기고 굴욕을 안겨 주던 군사들의 무례함을 당신은 오히려 사랑으로 갚아 주셨나이다. 세상의 온갖 아귀다툼으로 무디어진 저희의 마음을 순교 선열들의 붉은 피로 씻어 주시어 오직 겸손과 관용으로 살게 하소서.

    영광송어머니께 청하오니 제 맘속에 주님 상처 깊이 새겨 주소서.
  • 제11처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못 박히심을 묵상합시다.
    주님께서는 십자가로 온 세상을 구원하셨나이다.

    예수 그리스도님, 경배하며 찬송하나이다.
    “아버지, 저들을 용서해 주십시오.
    저들은 자기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모릅니다.” (루카 23,34)
    “아버지, 제 영을 아버지 손에 맡깁니다.” (루카 23,46)
    “다 이루어졌다.” (요한 19,30)

    “유대인들의 왕”이라는 죄목으로 십자가에 못 박히신 예수 그리스도님, 그토록 사랑하던 제자들조차 모두 달아나고 당신 곁에는 비웃음과 조롱, 그리고 모독만이 가득하나이다. 당신은 강도들 사이에 끼어 뼈 마디마디가 어그러지고 깨진 옹기 조각처럼 목이 타오르는 고통을 받으셨으니, 사랑이신 예수 그리스도님! 저희가 배신감과 억울함으로 분노에 차 있을 때, 무시당하고 따돌림 받아 외로울 때 당신께서 저희와 함께 계시어 오늘을 살아가는 순교자들이 되게 하소서.

    영광송어머니께 청하오니 제 맘속에 주님 상처 깊이 새겨 주소서.
  • 제12처 예수님께서 십자가 위에서 돌아가심을 묵상합시다.
    주님께서는 십자가로 온 세상을 구원하셨나이다.

    예수 그리스도님, 경배하며 찬송하나이다.
    “이 ‘뜻’에 따라,
    예수 그리스도의 몸이 단 한 번 바쳐짐으로써
    우리가 거룩하게 되었습니다.” (히브 10,10)
    “나는 그들의 허물을 용서하고,
    그들의 죄를 더 이상 기억하지 않겠다.” (예레 31,34)

    저희를 위하여 하느님 아버지께 당신의 수난과 죽음을 봉헌하신 예수 그리스도님, 당신은 참으로 하느님의 아들이시며 저희의 구세주이시나이다. 당신의 길, 고난의 길은 우리 순교 선열들이 걸은 길이었고, 저희가 새롭게 걸어야 할 길임을 깨닫나이다. 매일의 자질구레한 일들에서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 저희의 온 생애를 봉헌하나이다.

    영광송어머니께 청하오니 제 맘속에 주님 상처 깊이 새겨 주소서.
  • 제13처 제자들이 예수님의 시신을 십자가에서 내림을 묵상합시다.
    주님께서는 십자가로 온 세상을 구원하셨나이다.

    예수 그리스도님, 경배하며 찬송하나이다.
    “아무도 나에게서 목숨을 빼앗지 못한다. 내가 스스로 그것을 내놓는 것이다.
    나는 목숨을 내놓을 권한도 있고 그것을 다시 얻을 권한도 있다.
    이것이 내가 내 아버지에게서 받은 명령이다.” (요한 10,18)

    예수 그리스도님, 죽기까지 순명하시며 이루신 인류 구원 사명이 이제 제자들의 손에 넘겨졌나이다.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받은 저희들은 순교자들의 삶을 본받아 거룩한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며, 당신의 이름을 세상에 전하고, 사랑의 실천으로 참된 제자임을 드러내게 하소서.

    영광송어머니께 청하오니 제 맘속에 주님 상처 깊이 새겨 주소서.
  • 제14처 예수님께서 무덤에 묻히심을 묵상합시다.
    주님께서는 십자가로 온 세상을 구원하셨나이다.

    예수 그리스도님, 경배하며 찬송하나이다.
    “폭행을 저지르지도 않고
    거짓을 입에 담지도 않았건만
    그는 악인들과 함께 묻히고
    그는 죽어서 부자들과 함께 묻혔다.
    그러나 그를 으스러뜨리고자 하신 것은 주님의 뜻이었고
    그분께서 그를 병고에 시달리게 하셨다.” (이사 53,9-10)

    아버지의 뜻을 온전히 이루시며, 차가운 돌무덤에 묻히신 예수 그리스도님, 이제 당신의 모든 생애와 말씀이 저희 가슴 속에 깊이 새겨져 있나이다. 그 말씀으로 저희가 새로운 사람으로 거듭 태어나 이 세상에 모든 이들의 벗이 되는 참 순교자가 되게 하소서.

    영광송어머니께 청하오니 제 맘속에 주님 상처 깊이 새겨 주소서.
마침기도

“나의 하느님! 나의 하느님!
제가 무엇이기에 이토록 사랑하시나이까?”

저희에게 성령을 보내시어 당신의 죽으심과 부활하심을 선조들의 순교를 통해 깨닫게 해주시는 예수 그리스도님, 찬미 받으소서.
337위 순교 선열들의 처절한 삶은 이곳 황새바위에 찬란한 영광으로 되살아나고,
내포의 사도 이존창 루도비코의 그 열정과 뜨거운 피는 영원히 식지 않으며,
신앙을 증거하기 위한 성 손자선 토마스의 팔을 물어뜯는 단호한 모습은, 곧 당신이었나이다.

이제 오늘을 살아가는 저희의 부족한 삶이 오로지 당신만을 향하며,
서로 하나 되는 참된 생활로 진리를 증거하고, 하느님 나라를 이룩하는데 앞장서겠나이다.
이에, 모든 유혹들을 당당히 헤쳐 나갈 수 있는 굳센 용기와 식지 않는 뜨거운 열정을
허락하소서. 우리 주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 아멘.

주님의 기도, 성모송, 영광송
“인간이 무엇이기에 이토록 기억해 주십니까?
사람이 무엇이기에 이토록 돌보아 주십니까?” (시편 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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